타르트가 말했듯이, 인생이란 부질없는 것을 통해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여정이다.
항상 불가능한 것을 찾아보자.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니까.
부질없는 길을 통해 불가능한 것을 찾자. 다른 길은 없으니까.
ㅡ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p.305)
살아가다보면 어느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아무런 애정이 느껴지지 않고
이때껏 걸어온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 정처없다고 느껴질 때.
나의 인생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고작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나의 존재에게 어떤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책은 네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인생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네가 원하는 모든 것들은 모두 불가능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인생의 의미같은 쓸데없는 심오한 고찰을 접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부질없고 불가능한 것들을 나는 계속 좇아야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갈 의미이고 내가 가야할 길라고 한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삶의 의미를 찾는 나에게
사람은 처음부터 부질없게 태어났으며 그들이 꾸는 꿈들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제야 나는 숨쉬는 것이 느껴졌다.
한번 사는 인생에 큰 기대를 걸고 꿈을 연료 삼아 끊임없이 달리는 설국열차같은 사람들에겐 다소 허무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나같은 범인(凡人)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짧은 인생임에도 이미 삶에 대한 회의와 권태를 느꼈다.
이것은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커질 것이다.
짧은 인생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허무를 느껴버린 것일까, 혹은
고작 몇해 안되는 인생이였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에 부딪힌 것일까.
미래의 어느 순간이 되면 이 감정들을 뛰어넘은 안정된 시기가 올까.
복잡한 고민을 제쳐두고서
오늘은 부질없는 인생과 불가능한 꿈들을 생각한다.
어차피 부질없고 불가능하다면 이 자리에서 한걸음만 걸어도 나은 삶인 것이 아닌가.
아무리 수렁에 빠지고 속임에 당해도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면 인정하고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와도 두렵지 않은 인생이다.
적어도 내 자신을 문책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손가락질 해도 내가 손가락질 하는 나의 모습이 더 아프다.
사람들은 사회가 바라는 성공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목적지를 위해 최대한 짧은 루트를 계획하고 그 길에 오른다.
이 나이엔 무엇을 해야 해. 이 나이엔 어떤 것이 완성되어 있어야 해.
왜냐하면 나는 성공해야 해. 누구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야 해.
나는 더이상 나의 인생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겠다.
내가 가는 길이 지름길인지, 돌아가는 길인지, 내리막 길인지, 오르막 길인지 안절부절하지 않겠다.
인생은 부질없으며 원하는 것들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불가능하다면 가장 큰 불가능을 꿈꾸겠다.
어차피 부질없다면 누구보다 효율없는 삶을 살겠다.
인생은 부질없고 꿈은 불가능하다는 말 속에서
나는 자유를 찾았다.
너는 조금 더 큰 꿈을 꿔도 된다. 너는 조금 더 부질없게 살아도 틀리지 않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행복과 분에 넘치는 성공을 바라도 괜찮은 인생.
페르난두 페소아가 전하고자 한 뜻은 말 그대로 인생은 허무하고 꿈은 허상이라는 것.
거기서 종료라고 확신한다.
내가 느낀 것은 이렇다. 1차적인 감정은 허무함, 2차적 감정은 편안함이었다.
허무함 속에서 비로소 나는 자유를 느낀다.
기대에서 벗어나니 사회의 틀 밖에서 잠깐 숨을 들이마실 수 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면 평범해진다. 신념, 이상, 여인, 직업, 이 모든 것이 감옥이고 족쇄다.
존재는 자유로운 것이다. 야망도 우리가 그로 인해 자부심을 갖는다면 한낱 짐일 뿐이다.
심지어 우리 자신에게도 묶이지 말것! 다른 이들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우리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명상하되 황홀경에 빠지지 말고, 생각하되 결론을 구하지 말자.
ㅡ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p.302)
그래서 이토록 자유를 찾아헤맸던가.
자유로워지자. 모든 것들로부터. 나 자신에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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