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무엇도 쉬이 내어주지 않는다.
목 끝까지 차오른 버거운 인생에 익사하지 않도록 겨우 발버둥 치는 날들이 연속되고 있다.
나의 인생은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가득 들어차 나의 숨구멍을 막았다.
넘쳐흐르기 일보직전 찰랑이는 표면과 같은 마음에 오늘 음표 하나가 마지막 물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나는 추락하고 추락하고 추락하고 추락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바닥을 치며 추락해본 기억이 없었다.
바닥은 얼룩지고 귀에는 여전히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시간은 규칙적으로 흐르는데 나는 박자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해할 수 없는 날들인 건 늘 같은데도 이 작은 벽이 마지노선이 되어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무거워져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악보 위에 열심히 엑스를 그려 넣어도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늘 위로를 찾았던 자리에서 나는 버려졌다.
나를 줄곧 괴롭혔던 문제들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면서 나는 이곳에 앉아 한계를 맞이했다.
나와 함께 나의 마지막 피난처가 사정없이 부서져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제 이곳도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더 이상 사랑하는 것을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