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새벽이면 받게 되는 동그란 메시지.
닳고 닳은 언어로 밖에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저 먼 별에서부터 숨차게 달려온다.
쏟아져 내리는 사랑의 얼굴들이 품에 안겨들지만 원체 팔을 들어 마주 안을 수가 없다.
머리 구석구석에서 버섯처럼 자라나는 의심들.
더 이상 속고 싶지 않은 마음은 냉소적인 표정이 되어 얼굴 위로 떠오른다.
한 꺼풀 너머의 존재를 궁금해하지 말자 다짐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만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고 한다.
너와 내가 마주할 때 우리가 서로의 맨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고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
나를 보고 있는 그건 너의 몇 번째 얼굴일까.
그럼에도 비는 내린다.
엉성하게 쌓아 올린 지붕 위로 가랑비가 내린다.
하루, 이틀, 1년을 꼬박 내리고 나면 가랑비에도 온 마을은 물에 잠겨버리고 만다.
날카로운 조각들이 물 위를 둥둥. 이제야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나는 고요하게 흐른다.
오직 하나의 방향으로 흐른다.
그 끝에서 바다가 된 별의 품에 안긴다.
수심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는 두려움이 되어 발목을 붙잡지만
그보다 더 푸른 목소리가 온몸을 촉촉이 감싸 안는다.
세상의 소음은 먹먹해지고 귓가에는 찰랑이는 물결이 조심스럽게 파도친다.
이대로 눈을 감는다.
지금 물 위에 둥실 누워있는지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
이대로 속아버린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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