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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20 All You Need Is Love

사진: Unsplash 의 Jennifer Delmarre

 

 

 

요즘 주변에 반려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식집사'들은 자신들의 식물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한다.

새로운 잎이 나면 귀엽다며 주변에 자랑하기도 하고 자칫 잎이 시들기라도 하면 마음 아파한다.

 

자신의 삶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아이(자식), 반려 동식물 등 무조건 적인 사랑을 퍼부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 관찰된다. 

이런 현상을 보면, 연인 간의 주고 받는 신체적이고 열정적인 사랑(Eros)도 필요하지만 대가 없이 주는 헌신적인 사랑(Agape)도 사람을 살게 하는 사랑의 한 종류인 것 같다.

흔히 사랑은 '받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가페를 행하는 사람이 얻는 행복은 다른 사랑의 형태에서 얻는 행복에 비해 그 깊이와 결이 다르지 않은가?

 

뇌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남을 돕거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대량으로 분비되고 이를 심리학에서는 Helper's High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가페를 대가 없는 헌신이라고 하지만 사랑을 주는 행위 그 자체에서 보상을 받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아가페적인 사랑은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구나' 라는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한다.

나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해 헌신할 때 인간은 더욱 강력한 존재 의미를 찾게 된다. 

 

행복을 찾는 인간에게 돌봄은 또 하나의 본능인 것 같다.

 

식물을 돌보는 행위 역시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돋아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물을 주고 닦아주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양육 본능을 만족시킨다고 한다.

더불어 식물을 돌볼 때 우리 뇌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환자들에게 식물을 기르게 하는 원예치료법이 널리 쓰인다고 한다.

식물은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오직 정성을 들인 만큼 정직하게 자라나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을 준다.

 

식물과의 관계는 가장 일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순수한 비언어적 교감이다.
식물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기에, 기르는 사람은 잎의 색이나  줄기의 각도 등 식물의 미세한 변화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는 훈련이 되고, 이는 상대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즉 아가페의 모습으로 거듭난다.

 

식물 돌봄은 침묵하는 생명체에게 베푸는 가장 평화로운 사랑이다. 

 

최근에 고양이를 기르는 친구에게 반려 고양이가 딱 한 가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말이었으면 좋겠느냐 질문을 했다.

친구는 질문을 듣자마자 '아프다' 라고 대답했다.

쉬이 나오는 대답에서 돌봄의 얼굴을 보았고 사랑의 깊이를 가늠했다.

 

삶 속에 사랑을 줄 대상 하나쯤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남들에게 말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항상 사랑을 줄 대상을 찾고 있었다.

사랑을 주는 시기에는 늘 활력이 넘치고 매순간 기쁨을 느꼈으며 대상이 없는 시기에는 쉽게 지치고 많이 공허했다.

나는 어쩌면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나의 생각보다 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인가보다.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이렇게 사랑 타령하는 지금의 나를 보면 펄쩍 뛰며 환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어린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가 마음 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세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입에 올리기 어려운 걸 보니.

 

그치만 나는 

언제나 사랑하고 싶다. 

 

All you need is love.